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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6] 원스 (Onc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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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중간에 잠시 잠들었다. 지루해서가 아니고, 온전히 음악을 듣고 싶어서, 눈을 감았는데 그만.. 뻔히 망가질 걸 알면서도 갈 수밖에 없는 길이 있다. 파국을 맞이해서야, 왜 그랬을까 자책하지만, 아마도 다시 같은 상황이 온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그런 존재라고 생각한다. 본능을 억제하지 못한 것을, 어쩔 수 없었다고 위안 삼는.. 하지만, 어쩔 수 있는 일이다. 파국이 예상된다면, 그 길에 들어서서는 안 된다. 그녀처럼 말이다. 그래서 영화가 된 것이다. 뻔하지 않으니까. 2024. 10. 16 ⭐⭐⭐ ⭐ ⭐   9 듣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사실, 눈을 감아도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2024.09.23] 베테랑 2 (I, THE EXECUTION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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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본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별 다른 기억이나 감흥이 없다. 액션.. 그래 좋더라만, 만드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면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좋은 액션과 함께, 그저 흘러갈 뿐이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의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채로. 그래서 그런가 보다. 여운이 남지 않고 이토록 희미하다니. 2024. 09. 23 ⭐⭐⭐  6 약쟁이 소굴 씬만 좀 인상적이었음

[2024.09.10] 젖은 수건 / 짧소

  14층을 누른 아저씨는 아마도 탁송 대리 배달과 같은 일을 하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 한 켠에 젖은 수건을 두르고 주머니가 많은 조끼와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그가 있었다. 그가 14층, 나는 12층, 각자가 한 구석을 차지하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인다. 그의 하루를 짐작할 수 있다. 새벽 5시 경, 버스 첫 차에 맞춰 집을 나섰을 것이다. 밤새 일했다기엔, 들어오는 시간이 너무 늦고, 보통의 아침에 일을 나섰다기엔, 그에게 뭍은 시간이 꽤 길어 보였다. 지금껏 바쁘게 걸었으리라. 초조하게 기다리기도 했으리라. 점심 이후 어떤 종류의 '콜'이건 시들해질 무렵, 선택해야 했을 것이다. 들어갈까. 이것만 할까. 일단 집 근처로 갈까. 14층에 내릴 그는, 젖은 수건처럼 무겁게 집에 들어가, 몸을 말릴 시간을 가질 것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눈을 붙일 것이다. 그러곤, 몇 가지 질문과 선택을 하고, 아마도 다시 집을 나설 것이다. 그때는 젖은 수건이 좀 말랐기를 바란다. "12층에 내린 아저씨는 아마도 탁송 대리 배달과 같은 일을 하는 것 같다. 당췌 콜이 없다. 몸이 무겁다. 젖은 수건처럼."

[2024.08.15] 리볼버 (Revolve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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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유명한 영화배우를 실제로 가까이서 보게 되는 경험을 얼마나 하게 될까. 영화관에서 항시 맨 뒷자리를 고집하는 나는 이 영화에 무대 인사가 있다고 하여, 앞 쪽에.. 예매를 하고, 앉았다. 걱정도 많고, 소심하고, 뭔가 완벽한 준비가 된 것 같지 않으면, 시작하기를 두려워하는 성격이지만, 경험을 우선 해보자는 주의이기도 하다. 경험했으니 되었다. 전도연 님은 참, 멋있었다. 영화는 글쎄, 하수영 입장에서 너무 술술 풀리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러니 영화, 그래서 주인공. 영상, 색감이 좋았다. 아니, 색감이라기보다는,, 조명이라고 해야 하나. 까만 영화관에서 어둠을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2024. 08. 15 ⭐⭐⭐ ⭐   8 하수영이 뭘 잘못했나.

[2024.08.01] 파일럿 (Pilo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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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성공한 코미디 영화가 없다. 예고편으로는 꽤 기대를 했는데, 웃기지 않았다. 코미디 영화가 내게 웃음을 주지 않는 것은 내게 웃을 힘이 없거나, 같이 웃어 줄 사람이 없거나, 이지 않을까. 실제 영화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 후기를 좀 살펴본다. 아니다, 틀렸다. 코미디를 표방한다면, 관객을 웃겨야 한다. 그 관객이 설령, 나처럼 매일이 험난한 사람일수록, 더. 그래주었으면 좋겠다. 2024. 08. 01 ⭐⭐⭐   6 결론도 좀.. 모호하게 두지 말고요.

2024.07.23 - 26 / 제주 한 바퀴 / 0.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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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오른쪽으로 항시 바다가 보이는 채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돌고 싶었다. 어떤 대단한 목적이나 필요가 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렇게 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루트를 검색하고, 상상해보다가, 그냥 오른쪽 길로 계속 가면 되지 않을까.. 정도를 정했다. 제주에서 서귀포까지 하루, 서귀포에서 다시 제주까지 하루, 이틀에 걸쳐 다음과 같은 타임라인이 완성되었다. 어떤 차가 좋을까. 사실 가장 고민했다. 쏘카 예약-취소를 거듭하다가, 결국 BMW X1으로 정했다. 에어컨 소리는 무지 시끄러웠지만, 밟으면 잘 나가고, 선루프를 열어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동서남북 어느 바다나 비슷한 풍경이었으나, 내 마음과, 날씨, 배고픔의 정도, 커피의 유무, 화장실의 급함.. 모든 상황에서 감상은 다르다. 매일의 삶이 같지 않은 것처럼. 어느 바다도 같지 않았다. 기억이 흐릿해지기 전에, 기록을 좀 남겨두고 싶다.

2024.07.03 / 짧소

- 눈을 감으면 뭐가 보여? 그러니까 저 질문은 매우 오래 전, 어느 밤에 성립한 질문이다.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고, 상경을 앞둔, 바로 전날 밤이었다. 모든 것이 처음일 내일을 두고, 마지막일 밤을 보낸다. 오래된 컴퓨터 시디롬을 고쳐보다가 더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와 CD를 정리하다가 그렇게 들려오는 tiny little 이라는 가사를 흥얼거려보다가, 눈을 감는다. 밤이니까. 어떤 형상이 별처럼 빛나다가 기이하게 움직이다가 사그러진다. 방금 불을 껐으니까. ... 눈을 감으면, 별이 보인다는 답을 하는 사람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을 찾으러, 나는 내일 떠나는 것이라고. - 밝은 선 같은게 보이는 것 같은데, 왜요? 별 같기도 하고. 까만 밤과 빛나는 웃음과 나의 놀라움이 하나가 된다. Y였다. 저 질문이 왜 필요했을까, '그' 사람을 왜 찾아야 했을까. 기억을 더듬어본다. 생각하면, 그 시절은, 아니 그 전부터 나는, 늘 불안했다. 외로웠고. 혼자였다. 무엇이 그런 종류의 결함을 이끌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렇다는 것과 어떤 해결책도 없이 항상 그럴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던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그' 사람을 찾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쉬운 방식이다. 이것은 해결될 문제인데, 단지 어떤 조건이 필요할 뿐이야. 그런데, 그 조건, 그러니까, 나와 Y는 짧지 않은 기간 소중했고, 소홀해지는 중이었다. 질문을 바꿔보자. - Y를 생각하며

[2024.06.26] 핸섬가이즈 (Handsome Guy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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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영화, 잔인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웹 상에서 평이 좋길래 보긴 했는데. 늦은 밤이었고, 관객은 열 명이 채 되지 않았으며, 나는 하필 사람들과 매우 동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다. 낮에 사람 많은 영화관이었다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평이 왜 좋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그렇게까지 큰 감흥이 없었는데, 기대가 높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웃고 싶은 날들이 계속된다. 하루를 사는 게, 마치 인생 전체를 사는 기분이다. 힘들다는 거지. 쓰고. 2024. 06. 26 ⭐⭐⭐⭐   8 저들의 언행에는 단 하나의 악의도 없다.

2024.06.25 // 짧소

     H는 짝사랑이자 첫사랑이었다. 짝사랑이었던 기간이 더 길었고, H의 첫사랑은 확실히 내가 아니었으니, 말하자면, 시작부터 내가 지고 들어간 셈이다.      H는 그저 빈 시간을 채우는 무언가를 찾았던 것임을 이제서야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라도, 과거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폴라로이드 사진이 바래져 가지만, 사진을 채운 겨울이 여름이 되지 않는 것처럼.     어느 겨울,     H와 나는 다른 선배 하나와 함께 군 복무 중인 선배에게 면회를 간 적이 있었다. 어떤 시국이었는지 외출, 외박이 불가능했고, 우린 잠시 속초 해변에 들렀다.     겨울은 춥고, 겨울 해변은 그래서 햇빛이 충만함에도 시릴 뿐이다. 빈 해변은 바라보기에 좋지, 거닐기에는 영 별로인 곳이다. 그럼에도, 꽤 남은 버스 시간을 때우기에, 젊은이들에게 해변은 또 꽤 낭만적이다. 한 커플이 해변에 있었을 뿐, 그렇게 넓은 해변은 겨울처럼 외로워 보였다.     그 커플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건네며, 한장 찍어달라 했다.     한 번이다. 두 번은 낭만이 아니지. 그들은 최고의 포즈를, 나는 최고의 구도를 완성했다.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은 이렇게 탄생하나 보다.     커플은 폴라로이드 사진과 카메라를 건네받으며, 우리 셋도 찍어주겠다고 호의를 베풀었다. 결정적 순간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H와 다른 선배를 사이에 두고, 내가 가운데에서 싱긋 웃었다.      자, 이제 사진을 누가 갖지? 폴라로이드는 그런 것이다. 원본, 단 하나 뿐인.     - 너가 가져.     H가 말했다.     눈에 시린 눈물이 맺히고 닦길 몇 번. 우린 해변을 떠났다.     그 이후로 나는 폴라로이드라는 것을 ...

[2024.03.09] 패스트 라이브즈 (Past Live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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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와 p의 발음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말로는 'ㅍ'이지만, 다른 발음. 영화 제목의 패스트가 무엇일까 궁금해 하다가 영화가 끝날 무렵에야 알게 되었다. 남자는, 내가 들어 본 최고로 세련된, 딱 네 글자로, 이별을 고한다. 아니, 이별이라기보다, 24년의 감정을 끝내겠다는, 일종의 선언에 가깝다. - 지금이 전생이라면, 다음 생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 모르겠어.. - 나도..  그 때 보자. 2024. 03. 09 ⭐⭐⭐⭐   8 저 대사만 남는다.

[2024.02.25] 파묘 (Exhuma,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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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오컬트라 하던데, 과연 그러했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이다. 실체가 없는 서스펜스와, 실체가 분명한 스릴러. 굿판의 연출과 연기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800만, 천만.. 이런 얘기가 들려온다. 애매하다. 2024. 02. 25 ⭐⭐⭐⭐   8 제목, 굿판, 인상적

[2024.01.14] 외계+인 2부 (Alienoid,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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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에서부터, 나는 가드가 참 좋았다. 우직하게 아빠 역할을 하며 지키고, 싸우고. 아마도 나를 그에게 투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제는 잘 모르겠다. 곰곰, 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24년이다. 사실, 꽤 오래되었다. 1~2년 전부터, 나는, 나에 대해 생각한다. 깊게. 영화는, 넷상의 악평과는 다르게 무척 흥미롭게 감상했다. 2024. 01. 14 ⭐⭐⭐⭐ ⭐   9 우당탕탕 조선 활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