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0] 젖은 수건 / 짧소

 

14층을 누른 아저씨는

아마도 탁송 대리 배달과 같은 일을 하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 한 켠에 젖은 수건을 두르고

주머니가 많은 조끼와 반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그가 있었다.

그가 14층, 나는 12층, 각자가 한 구석을 차지하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인다.


그의 하루를 짐작할 수 있다.

새벽 5시 경, 버스 첫 차에 맞춰 집을 나섰을 것이다.

밤새 일했다기엔, 들어오는 시간이 너무 늦고,

보통의 아침에 일을 나섰다기엔, 그에게 뭍은 시간이 꽤 길어 보였다.

지금껏 바쁘게 걸었으리라.

초조하게 기다리기도 했으리라.


점심 이후 어떤 종류의 '콜'이건 시들해질 무렵,

선택해야 했을 것이다.

들어갈까. 이것만 할까. 일단 집 근처로 갈까.


14층에 내릴 그는,

젖은 수건처럼 무겁게 집에 들어가,

몸을 말릴 시간을 가질 것이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눈을 붙일 것이다.

그러곤, 몇 가지 질문과 선택을 하고, 아마도 다시 집을 나설 것이다.

그때는 젖은 수건이 좀 말랐기를 바란다.


"12층에 내린 아저씨는

아마도 탁송 대리 배달과 같은 일을 하는 것 같다.

당췌 콜이 없다. 몸이 무겁다. 젖은 수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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